포풍착영(捕風捉影)
◎글자풀이: 잡을 포
◎뜻풀이: ①바람이나 그림자를 잡다. ②허망한 일.③말이나 일이 진실한 근거가 없는 것을 가리킴.
◎출전: 한(漢) 반고(班固) 『한서•교사지 하(漢書•郊祀志下)』
◎유래: 서한(西漢)의 한성제(漢成帝)는 스무살에 보위에 올라 마흔이 넘도록 후사가 없었다. 그는 방사(方士)들의 말을 믿어 귀신에게 제를 올리는 일에 열중했다. 하여 황제의 비위에 맞춰 귀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일이나 신선의 도에 대한 상서를 올리는 자들이 손쉽게 높은 관직과 후한 녹봉을 받았다. 성제는 이들의 말을 믿어 장안성(長安城) 교외의 상림원(上林苑)에서 크게 제사를 지내 하늘이 복을 내려 줄 것을 빌었다. 많은 재물을 허비하였으나 이렇다 할 결과가 없었다.
이를 보다 못한 광록대부(光祿大夫) 곡영(谷永)이 상서를 올렸다. “하늘과 땅의 본성을 아는 사람은 신선이나 귀신에 현혹되지 않으며 세상 만물의 이치를 아는 사람은 부당한 행위를 하는 사람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지금 일부 사람들이 신선이나 귀신을 들먹이고 제사의 방법에 대해 떠들어 대면서 이 세상에 신선이 있어 그 불사약을 먹으면 남산(南山)처럼 장생불로한다고 말합니다. 이들의 말을 듣노라면 모두가 아름다운 것이고 신선을 곧 만나기라도 할 것 같습니다. 허나 신선을 만난다는 것은 허무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이는 마치 바람이나 그림자를 잡으려는 것과(포풍착영) 다름이 없어 결코 얻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여 과거의 현명한 군주는 이런 말을 듣지 않았고 성인(聖人)이라면 절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곡영은 이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주(周)나라의 사관(史官) 장홍(苌弘)은 귀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방법으로 천하의 제후들이 주령왕(周靈王)을 알현하도록 하려 했으나 주나라의 왕실은 더욱 피폐해졌고 반기를 드는 제후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초회왕(楚懷王)은 신에게 성대한 제를 올려 진(秦)나라 군대를 물리쳐 달라고 빌었으나 패전을 면치 못하고 진나라에 많은 땅을 빼앗겼으며 그 자신마저 포로로 되었습니다. 또 진시황(秦始皇)은 천하를 통일한 후 서복(徐福)에게 선남선녀들을 거느리고 바다에 나가 장생불로의 선약을 얻어오게 했으나 서복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니 세상 사람들의 원한을 사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곡영은 이렇게 말했다.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제왕들은 존귀한 지위와 많은 재물을 이용해 이 세상 곳곳에서 신령과 신선을 찾도록 했으나 수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아무런 결과가 없습니다. 대왕께서는 불량한 행위를 하는 그런 자들이 더는 조정의 일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하시옵소서.”
한성제는 곡영의 말에 도리가 있음을 알고 그 의견을 가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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